CODA로서의 루비와 가족의 유대
코다(CODA)는 ‘Children of Deaf Adults’의 약자로, 청각장애인 부모를 둔 청인 자녀를 뜻한다. 영화 속 주인공 루비는 CODA로서 가족과 세상을 잇는 가교이자, 두 세계 사이에서 늘 긴장감과 책임감을 안고 살아간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가족의 통역사로 기능하며 사회와 소통하는 통로가 되었고, 이는 단순한 가족애를 넘어서는 삶의 방식이자 루비의 정체성 일부가 되었다. 루비의 가족은 낚시로 생계를 이어가는 노동자 계층이다. 그들에겐 루비의 도움이 절대적이었고, 루비 역시 가족을 진심으로 사랑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는 음악이라는 자신만의 언어와 꿈을 가지고 있었다. 청각장애인 부모와 오빠는 루비의 음악적 재능을 이해하지 못하고, 루비 역시 자신의 목소리가 가족에게는 닿지 않는다는 사실 앞에서 갈등하게 된다. 영화는 루비가 가족과 함께 있을 때 느끼는 사랑, 책임, 억눌림과 동시에 자유를 갈망하는 감정의 교차를 섬세하게 담아낸다. 특히 가족과의 유대는 단순한 혈연의 끈을 넘어선 신뢰와 이해의 결과물로 그려진다. 가장 감동적인 장면 중 하나는 루비가 아버지에게 자신의 노래를 ‘느끼게’ 해주기 위해 손끝으로 진동을 전하는 장면이다. 이는 말보다 깊은 소통의 순간이자,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려는 인간 간의 감정적 연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루비는 끝내 가족에 대한 사랑을 저버리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삶을 선택하게 된다. 가족은 그런 루비를 진심으로 지지하며 보내주고, 이는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진짜 사랑의 모습, "자유롭게 날아가도록 허락해 주는 사랑"으로 귀결된다. 루비와 가족의 관계는 단순한 가족 드라마가 아닌, 서로 다른 세상의 언어를 가진 이들이 만들어낸 가장 진한 연결의 서사였다.
소리 없는 세상에 울려 퍼진 감정의 선율
코다에서 음악은 단순한 취미나 기술을 넘어 루비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로 등장한다. 음악은 루비가 처음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세상과 소통하며,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게 되는 수단이다. 하지만 루비의 가족은 음악을 ‘들을 수 없는’ 사람들이다. 이로 인해 영화는 음악이 ‘소리’라는 감각을 넘어서는 더 깊은 차원의 언어임을 보여준다. 음악은 마음으로 느끼고, 감정으로 연결되는 인간의 또 다른 표현 방식임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루비가 음악 교사 ‘버나르도’와 함께 노래를 연습하고, 무대에서 감정을 토해내듯 부르는 장면들은 단순한 기술 연습의 과정을 넘어선다. 그것은 그녀가 가족을 벗어나 자신의 목소리를 찾고, 주체적인 삶을 향해 나아가는 ‘의지’의 상징이다. 음악은 그녀에게 탈출구이자 치유의 통로이며, 더 나아가 자기실현의 무대다. 특히 영화 속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루비의 독창 오디션이다. 여기서 그녀는 손으로 수화를 하며 노래를 부른다. 이는 음악과 수화를 동시에 사용하는 유일무이한 퍼포먼스로, 청인과 청각장애인 모두에게 감동을 안긴 장면이었다. 이는 그녀가 양쪽 세계를 모두 포용하며 새로운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다는 선언과도 같았다. 이 장면은 또한 “진짜 소통은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이해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관객에게 던진다. 청각장애를 가진 가족에게 루비의 노래는 들리지 않지만, 그 진심과 감정은 손짓을 통해, 표정을 통해,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을 통해 전달된다. 루비는 비로소 자신의 길을 선택하고, 음악이라는 언어로 자기 삶을 표현할 수 있는 존재로 성장한다. 영화는 음악이라는 예술이 가진 본질적인 힘! 타인과 연결되고 자신을 치유하며, 때론 세상의 벽을 뛰어넘는 감정의 통로을 깊이 있게 다루며, 모든 관객에게 예술의 진정한 역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했다.
가족의 울림: 다름을 안고 살아가는 법에 대하여
코다는 청각장애인 가족 속에서 유일하게 듣고 말할 수 있는 딸 ‘루비’의 시선을 따라가지만, 단순히 ‘장애’를 소재로 다루는 영화는 아니다. 이 영화가 진정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다름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가족의 모습’이다. 우리는 종종 가족을 ‘무조건 이해하고 나를 지지해 주는 존재’로 여기지만, 영화는 그보다 더 복잡하고 진실된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 서로를 이해하는 데에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며, 때로는 갈등과 거리감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루비는 가족의 통역사 역할을 오랫동안 해왔고, 가족 또한 그녀를 삶의 일부로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루비가 음악이라는 꿈을 향해 나아가려 할 때, 가족은 혼란에 빠진다. 그들은 그녀의 꿈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들을 수 없기 때문에 공감할 수 없는 것’이다. 이 미묘한 단절이야말로 영화가 전하는 가장 슬프고도 인간적인 감정의 핵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다는 끝내 따뜻함을 잃지 않는다. 가족은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해도, 진심 어린 마음으로 루비를 바라보고, 그녀의 선택을 존중하게 된다. 이 변화의 과정은 영화 속에서 절제된 감정으로 그려지며,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남긴다. 특히 아버지가 루비의 노래를 ‘느끼기 위해’ 그녀의 성대를 손으로 만지는 장면은, 말보다 더 강한 사랑의 표현이었고, 서로 다른 세계에 사는 가족이 교감하는 방식을 시적으로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이 영화는 말한다. 진정한 가족이란 서로를 완벽히 이해할 수 없을지라도, 그 다름을 존중하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가는 이들임을. 그리고 그 여정에는 수많은 혼란과 고통이 있지만, 결국 사랑이라는 감정이 모든 경계를 넘어서게 한다고. 코다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당신 가족의 소리를, 진심을, 마음으로 듣고 있는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