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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트리 오브 라이프(2011) "존재의 비밀을 묻다"

by manymoneyjason 2025. 4. 27.

영화 트리 오브 라이프(2011) "존재의 비밀을 묻다"
트리 오브 라이프(2011)

 

존재와 구원의 시(詩), 트리 오브 라이프

테런스 멜릭의 트리 오브 라이프는 하나의 영화라기보다, 거대한 존재론적 시에 가깝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 삶의 단편을 넘어, 우주의 탄생과 진화, 그리고 개인적 상실이라는 거대하고도 내밀한 주제를 섬세하게 직조한다. 영화는 잭이라는 인물의 유년기 기억과 상실감을 따라가지만, 이는 단순한 성장 서사가 아니다. 멜릭은 한 가족의 이야기 속에 ‘자연의 길’과 ‘은혜의 길’이라는 두 가지 존재 방식을 병치시킨다. 자연은 본능과 투쟁, 은혜는 용서와 사랑을 상징하며, 인물들은 이 양극단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린다. 특히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엄격한 아버지 캐릭터는 ‘자연의 길’을, 제시카 차스테인이 연기한 어머니는 ‘은혜의 길’을 각각 체현하며, 두 인물의 대비는 잭의 내면 갈등을 더욱 극대화한다. 흥미로운 것은, 멜릭이 극적 서사 대신 감각적 체험을 택했다는 점이다. 그는 대사보다 침묵, 사건보다 느낌을 강조한다. 카메라는 끊임없이 인물 주위를 선회하고, 빛과 바람, 나뭇잎과 물결처럼 찰나의 자연 현상을 포착하며 존재의 아름다움과 덧없음을 조용히 노래한다. 이때 사용된 광각 렌즈와 자연광 촬영은 관객으로 하여금 등장인물의 감정과 직접적으로 교감하게 만든다. 특히 잭이 경험하는 작은 순간들, 예컨대 물속에 손을 담그거나, 형제와 장난치는 장면들은 거대한 우주적 서사와 끊임없이 울림을 주고받는다. 또한, 이 영화는 개봉 당시 많은 관객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분명히 한 소년의 성장기를 기대했지만, 멜릭은 시간의 직선적 흐름을 거부하고, 유년의 기억과 상실, 구원의 가능성을 비선형적으로 배열했다. 이는 멜릭이 관객에게 이야기 소비가 아니라, ‘존재 그 자체’를 체험하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영화 초반 등장하는 빅뱅과 우주의 탄생 시퀀스는 이 의도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인간 존재란 우주적 스케일에 비하면 한 점의 티끌에 불과하지만, 동시에 그 미미한 존재 안에도 온 우주의 비밀이 깃들어 있다는 역설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트리 오브 라이프는 결국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가. 그리고 그 긴 여정 속에서, 상처받은 존재들은 어떻게 서로를 용서하고, 다시 사랑할 수 있는가. 멜릭은 확고한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침묵 속에서, 빛과 그림자 사이에서, 우리 스스로 그 답을 찾아가도록 유도한다. 이 영화는 오로지 감각과 직관으로만 완성될 수 있는, 하나의 순수한 기도문이다.

 

시간과 기억, 그리고 상실의 정원

트리 오브 라이프에서 테런스 멜릭은 시간이라는 개념을 선형적 흐름으로 다루지 않는다. 대신 그는 과거와 현재, 심지어 우주의 탄생 순간까지 교차 편집하며 관객을 '기억의 정원' 속으로 초대한다. 이는 단순한 시간여행이 아니라, 존재의 흔적을 더듬는 영혼의 여정이다. 주인공 잭(숀 펜 분)은 어린 시절 부모와의 복잡한 관계, 특히 아버지(브래드 피트 분)와의 긴장과 사랑을 복합적으로 회상하며 과거를 헤맨다. 이 과정에서 멜릭은 기억이란 것이 고정된 사실이 아니라, 상처와 그리움, 미안함에 따라 유동하는 감정의 풍경임을 말한다. 영화의 영상미는 이 서사를 완벽히 뒷받침한다. 하늘을 향해 뻗은 나무, 물결치는 밀밭, 아기의 손을 감싸는 어른의 손처럼 사소하지만 영원해 보이는 장면들은, 기억이란 결국 감각적 조각들의 총합임을 암시한다. 특히 상실의 테마는 영화의 중추를 이룬다. 가족을 잃은 슬픔, 어린 시절의 순수성을 잃어버린 아쉬움은 잭이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 전체를 규정한다. 멜릭은 이를 통해 한 인간이 겪는 작지만 깊은 비극이 결국 우주적 차원에서의 질서와 무질서, 창조와 소멸의 순환 속에 있다는 거대한 질문으로 확장시킨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이 시간을 초월한 감정에 힘을 싣는다. 특히 브래드 피트는 엄격하지만 내면에 부드러움과 후회를 간직한 아버지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사랑하지만 상처를 주는 존재’라는 인간관계의 이중성을 절묘하게 표현한다. 제시카 차스테인 역시 ‘자연’을 상징하는 인물로 등장해, 조건 없는 사랑과 순수함을 미학적으로 체현한다. 이 두 인물 사이에서 성장하는 잭의 이야기는 단순한 개인사가 아니라, 누구나 경험하는 '기억 속 시간의 손실'을 공유하는 보편적 이야기로 승화된다. 트리 오브 라이프는 결국, 우리가 겪는 사소한 상실들이 시간의 거대한 강을 이룬다는 것을, 그리고 그 기억들이 모여 '나'라는 존재를 형성한다는 것을 고요하게 깨닫게 한다. 그것은 슬프지만 아름다운 진실이며, 멜릭은 이 감정을 서정과 철학을 넘나드는 영상 언어로 우리 마음에 새긴다.

 

테런스 멜릭의 세계: 신성과 인간성 사이에서

테런스 멜릭 감독의 트리 오브 라이프는 단순한 가족 드라마를 넘어, 존재의 기원과 신성을 탐구하는 거대한 서사시다. 영화는 인간의 삶과 죽음, 사랑과 고통을 우주의 탄생과 같은 스케일로 병치시키며, 관객에게 "우리는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멜릭은 여느 감독들처럼 서사를 직선적으로 끌고 가지 않는다. 그는 이미지와 음악, 그리고 침묵을 통해 서사를 엮는다. 이는 인간의 언어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신비를 감각적으로 체험하게 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특히, 영화 초반 등장하는 ‘우주의 탄생’ 시퀀스는 영화사에서도 손꼽히는 독특한 연출로 기억된다. 20분 가까이 이어지는 이 장면은 신의 손길, 혹은 우연의 흐름을 감각적으로 표현하며, 인간 존재가 얼마나 작은 흐름 속에 있는지를 강렬하게 각인시킨다. 이 과정에서 자연사 다큐멘터리 기법이 사용되기도 하고, 순수한 추상 이미지가 화면을 가득 채우기도 한다. 이러한 시도는 "영화는 반드시 이야기만 해야 한다"는 전통적 관념을 넘어서는 멜릭만의 영화 철학을 보여준다. 배우들과의 작업에서도 멜릭은 독특한 방식을 고수했다. 그는 촬영 현장에서 대본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고, 배우들에게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도록 유도했다. 때로는 배우들에게 카메라의 존재를 잊으라고 주문했고, 자유롭게 자연과 상호작용하게 했다. 브래드 피트와 제시카 차스테인은 이러한 방식에 적응하기 위해 수많은 리허설과 테이크를 소화해야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들의 연기는 대사나 행동에 얽매이지 않은, 본능적이고 순수한 감정의 흐름을 담아낼 수 있었다. 특히 제시카 차스테인은 "멜릭 감독과 작업하는 건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다"라고 회고할 정도로, 이 작품이 배우들에게도 특별한 경험이었음을 알 수 있다. 트리 오브 라이프는 쉽게 정리될 수 있는 영화가 아니다. 그것은 논리보다 감정, 설명보다 체험을 중시하는 작품이다. 멜릭은 신성과 인간성, 영원성과 순간성이라는 이중의 세계를 동시에 담아내려 했고, 이로 인해 영화는 보는 이마다 다른 울림을 남긴다. 어떤 이에게는 신을 향한 구원의 서사로, 또 다른 이에게는 사랑과 상실의 회고록으로 다가온다. 멜릭은 이 영화로, 인간이라는 존재가 결국 우주의 먼지와 같은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신성한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담담하게, 그러나 깊은 울림으로 이야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