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전진: 원컨티뉴어스 숏과 몰입감 넘치는 전쟁 경험
전쟁터 한복판, 단 한순간도 멈출 수 없는 임무가 시작된다. 1917은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7년, 독일군의 후퇴를 기회로 삼아 공격을 준비하는 영국군 부대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러나 이는 독일군의 교묘한 함정이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상관은 두 명의 젊은 병사, 스코필드(조지 맥케이)와 블레이크(딘찰스 채프먼)에게 긴급한 임무를 맡긴다. 그들은 최전선에 있는 부대에 이 정보를 전달해야 하며, 시간은 단 하루뿐이다. 더욱이 이 공격이 실행되면 1,600명의 영국군 병사가 목숨을 잃을 것이며, 그중에는 블레이크의 형도 포함되어 있다. 두 병사는 곧바로 적진이 남긴 폐허 속으로 뛰어든다. 그들이 지나가는 곳곳은 공포와 죽음으로 가득하다. 독일군의 철수로 인해 전선은 텅 비어 있는 듯 보이지만, 이는 곧 새로운 위협이 도사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황폐해진 참호를 지나고, 끔찍한 시체 더미를 넘어 전진하는 동안, 그들은 이 전쟁의 잔혹한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갑작스러운 적의 저격, 무너지는 건물, 그리고 신경을 곤두세우게 하는 무너진 다리까지—그들의 여정은 생존과 사투의 연속이다. 하지만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적의 비행기가 추락하면서 벌어진다. 두 병사는 불타는 기체에서 독일 조종사를 구해내지만, 그 선의는 비극으로 돌아온다. 적군 조종사는 돌연 블레이크를 칼로 찌르며, 블레이크는 눈을 감지 못한 채 쓰러진다. 스코필드는 동료의 죽음을 지켜볼 수밖에 없으며, 이제 혼자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전장의 광기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그는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강을 건너고, 적군의 경계선을 피해 도시를 지나며, 스코필드는 마침내 목표 지점에 도착한다. 그는 분대장 맥켄지(베네딕트 컴버배치)에게 공격 중지를 요청하지만, 전장에서는 단순한 명령 하나조차도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다행히 블레이크의 형이 그곳에 있어, 동생의 희생을 알리고 결국 작전은 중단된다. 영화는 스코필드가 지친 몸을 이끌고 한 나무 아래 앉으며 끝을 맺는다. 1917은 단순한 전쟁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는 한순간도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원컨티뉴어스 숏’ 촬영 방식으로 제작되었으며, 이 덕분에 관객은 마치 주인공과 함께 전장을 횡단하는 듯한 몰입감을 경험한다. 영화는 단순한 승리나 패배가 아닌 전장의 잔혹함, 인간의 희생, 그리고 한 병사의 헌신을 조명하며, 전쟁이 남긴 상처와 비극을 강렬한 시각적 서사로 전달한다.
사실과 허구: 영화 속 이야기와 실제 역사 비교
1917은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영화 속 사건과 실제 역사 사이에는 흥미로운 차이가 존재한다. 감독 샘 멘데스는 자신의 할아버지가 들려준 전쟁 이야기에 영감을 받아 이 영화를 만들었으며, 스토리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영화에서 묘사된 미션과 구체적인 인물들은 대부분 허구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가 전하려는 전쟁의 현실과 그 속에서 개인이 겪는 경험은 충분히 사실적이다.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영화 속 주요 설정인 전령 임무다. 스코필드와 블레이크가 수행하는 "긴급 메시지 전달" 임무는 전쟁 중 실제로 존재했던 역할이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통신 장비가 부족해, 전령병들이 직접 위험을 무릅쓰고 전선을 이동하며 명령을 전달해야 했다. 하지만 영화에서처럼 단 두 명의 병사만이 적진을 뚫고 가는 일은 극히 드물었으며, 보통은 더 많은 인원이 배치되거나 다른 방식의 연락 수단이 동원되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전쟁터에서 개인의 사명감과 헌신을 극적으로 부각하기 위해 이러한 설정을 선택했다. 또한 영화 속 전장의 풍경 역시 실제 역사적 기록과 비교해볼 만하다. 1917은 당시 서부 전선의 참혹한 현실을 충실하게 재현했다. 거대한 진흙탕 속 참호, 부패한 시체들, 황폐한 농촌 마을은 실제로 전선에서 목격되었던 장면들과 유사하다. 영화의 주요 배경이 되는 프랑스 북부는 1차 대전 당시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지역이며, 독일군이 전략적으로 후퇴하면서 남긴 잔해와 폐허는 영화 속에서 생생하게 구현되었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독일군이 참호를 완전히 버리고 후퇴하는 장면은 역사적으로는 다소 과장된 부분이 있다. 독일군은 실제로도 1917년 봄 "히든부르크 라인"으로 후퇴했지만, 완전히 철수한 것이 아니라 곳곳에 잔류 병력을 배치해 저항을 계속했다. 한편, 영화 속 두 주인공이 영국군이라는 점도 흥미로운 요소다. 실제 역사에서 영국군은 1차 대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전령병의 이야기를 조명하는 영화는 드물었다. 대부분의 전쟁 영화가 미군 중심 서사를 따르는 것과 달리, 1917은 영국군 병사들의 시각에서 전쟁을 바라본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이는 샘 멘데스 감독의 영국적 배경과도 관련이 있지만, 보다 보편적으로 전쟁 속 개인의 희생을 부각하기 위한 선택이기도 하다. 결국, 1917은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절묘하게 섞어 관객들에게 전장의 긴장감과 현실감을 전달하는 데 집중한 작품이다. 영화는 다큐멘터리가 아니기 때문에 완벽한 역사적 재현을 목표로 하지는 않았지만, 대신 전쟁의 본질적 공포와 병사들의 개인적 경험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역사적 사실을 영화적 언어로 재해석했다. 이는 단순한 사실 전달이 아니라, 전쟁의 인간적 측면을 조명하려는 작품의 철학적 방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쟁을 예술로: 1917의 흥행과 영화적 성취
이 작품은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을 예술적 방식으로 재해석하며, 기술적 완성도와 감정적 몰입을 극대화한 영화다. 샘 멘데스 감독과 촬영감독 로저 디킨스는 전쟁터의 참혹함을 한 편의 거대한 서사시처럼 그려냈으며, 이를 통해 관객들에게 단순한 관람이 아니라 ‘경험’ 그 자체를 선사한다. 특히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인 원컨티뉴어스 숏(One Continuous Shot) 방식은 영화적 리얼리즘을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기술적 측면에서 볼 때, 1917은 영화 촬영 방식의 혁신을 보여준 작품이다. 마치 한 번의 롱테이크로 촬영된 것처럼 보이도록 설계된 이 영화는, 사실상 여러 개의 장면을 정교한 편집과 카메라 이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연결한 결과물이다. 이는 관객이 화면 속에서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들며, 마치 실제 전쟁터를 함께 걸어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같은 기법은 전장의 공포와 긴박감을 증폭시키는 동시에, 영화적 서사를 더욱 생동감 있게 전달하는 데 기여했다. 이 작업을 가능하게 한 것은 촬영감독 로저 디킨스의 천재적인 연출이었다. 그의 조명과 카메라 워킹은 사실적이면서도 극적으로 아름다운 장면들을 만들어냈고, 특히 불타는 도시에서 스코필드가 어둠 속을 헤매는 장면은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과 같았다. 흥행과 수상 성과를 살펴보면, 1917은 단순한 예술 영화가 아니라 상업적으로도 성공한 작품이다. 전 세계 박스오피스에서 3억 8천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두었으며, 이는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 중에서도 손꼽히는 기록이다. 또한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촬영상(로저 디킨스), 음향 믹싱상, 시각효과상을 수상하며 그 기술적 성취를 인정받았다. 특히 촬영 부분은 이미 골든 글로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AFTA)에서도 수상하며 로저 디킨스의 위상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하지만 1917이 단순히 기술적 혁신만으로 평가받는 작품은 아니다. 이 영화는 전쟁 속 인간의 희생과 용기, 그리고 개인의 사명을 다하는 과정을 감성적으로 풀어냈다. 영화는 스코필드의 시선을 따라가며, 전쟁이라는 거대한 폭력 속에서 한 인간이 느끼는 두려움, 슬픔, 그리고 희망을 섬세하게 담아낸다. 단순한 전쟁의 승패가 아니라, 한 명의 병사가 감당해야 할 책임과 감정에 초점을 맞춘 점에서 이 영화는 기존 전쟁 영화들과 차별점을 갖는다. 샘 멘데스 감독은 1917을 통해 전쟁의 참혹함을 체험하는 영화적 방식을 새롭게 정의했다. 영화는 웅장한 전투 장면보다 고요한 죽음, 폐허가 된 마을, 그리고 전장 속 한 인간의 발걸음을 조명하며, 관객이 전쟁의 본질적 공포를 직접 체감하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점에서 1917은 단순한 전쟁 영화가 아니라, 영화라는 매체가 전쟁을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결국, 1917은 서사와 기술, 감정과 몰입감이 완벽하게 어우러진 작품이다. 이 영화는 전쟁을 그린 영화이면서도, 전쟁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샘 멘데스와 로저 디킨스는 이를 통해 전쟁의 참혹함을 예술적 경험으로 변환하는 데 성공했으며, 이 영화는 전쟁 영화의 새로운 기준을 세운 작품으로 남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