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manymoneyjason 님의 블로그
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114

"운명처럼, 격렬하게 사랑하다" 영화 트루 로맨스(1993) 불꽃같은 사랑, 클라렌스와 알라배마의 여정트루 로맨스는 겉으로 보면 전형적인 로맨틱 범죄 영화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운명’과 ‘자기 확신’이라는 주제가 강렬하게 뿌리내리고 있다. 클라렌스와 알라배마의 만남은 우연처럼 보이지만, 이는 단순한 플롯 장치가 아니다. 토니 스콧은 이 둘의 만남을 운명적 결합으로 연출했고, 퀜틴 타란티노는 대사를 통해 그들의 세계가 서로를 통해 어떻게 확장되는지를 집요하게 묘사했다. 특히, 클라렌스는 허황된 영웅심과 영화에 대한 환상에 사로잡힌 인물로, 스스로를 현실의 룰 바깥에 놓으면서 알라배마와의 사랑을 ‘영화 같은 이야기’로 만들고자 한다. 이 점에서 그는 사실 타란티노의 페르소나이자, 헐리우드에 대한 판타지를 구현하는 인물이다. 알라배마는 전형적인 페미닌 파탈과는 .. 2025. 4. 24.
영화 오션스 일레븐(2001) "완벽한 범죄의 미학" 캐릭터들 간의 미묘한 상호작용과 그로 인한 긴장감 오션스 일레븐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는 바로 다양한 스타들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케미다. 이 영화는 여러 유명 배우들이 등장하는 멀티캐스팅 영화로,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캐릭터들이 함께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협력하는 모습을 그린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이들이 단순히 범죄를 저지르기 위한 도구로서 함께 모인 것이 아니라, 각자의 성격과 가치관을 바탕으로 관계를 맺어가며 영화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이 영화는 범죄의 설계와 실행뿐만 아니라, 각 캐릭터들이 서로 어떻게 얽히고 풀리는지, 그 과정에서 어떻게 감정적으로 변화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덴니 오션(조지 클루니)은 이 팀의 리더로서, 범죄 계획을 이끌어 가는 인물이다. 그의 능력은 뛰.. 2025. 4. 24.
애드 아스트라(2019) “침묵 속의 별, 아버지를 향한 우주” 고요한 SF’의 철학적 궤도애드 아스트라는 거대한 우주를 탐험하는 영화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외부 세계보다 오히려 인간의 내면 깊숙한 곳을 파고드는 영화다. 대다수의 SF 영화가 문명의 위기, 외계 생명체, 우주 전쟁 등을 내세워 외적인 갈등을 중심으로 전개된다면, 이 영화는 거의 정반대의 방향을 택한다. 고요한 우주의 침묵은 곧 주인공 로이 맥브라이드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 되고, 우주를 향한 여정은 본질적으로 ‘자기 자신’과 ‘아버지’라는 존재를 향한 심리적 귀환의 여정이다. 영화는 우주의 무한한 확장을 보여주는 동시에, 인간 존재의 ‘단절된 감정’이라는 무한한 공허에 주목한다. 로이는 직업적으로 완벽한 임무수행 능력을 갖춘 우주비행사지만, 내면은 무감각해지고 인간관계는 거의 단절된 상태다. 영화.. 2025. 4. 23.
“강철의 심장, 전장의 윤리” 영화 퓨리(2014) 전차 속 형제애 – 좁은 공간에서 피어난 인간성퓨리는 전쟁영화라는 장르적 틀을 넘어서, 인간 내면의 가장 원초적인 갈망, "소속감, 믿음, 생존"을 전차라는 밀폐된 공간 안에서 집요하게 탐구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드넓은 전쟁터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우리 시선을 전차 내부라는 ‘좁고 무거운 세계’에 가두며, 전쟁이라는 비인간적인 환경 속에서도 여전히 꺼지지 않는 인간성의 흔적을 포착해 낸다. 워대디(브래드 피트)를 중심으로 뭉친 다섯 명의 전차 승무원들은 단순히 전우라기보다는 일종의 ‘가족’처럼 기능한다. 그들의 말투, 농담, 침묵, 그리고 싸움은 전투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그 안에는 누구보다 절박한 연대의 감정이 녹아있다. 특히 노먼이라는 신병이 처음으로 이 전차에 탑승하면서 벌어지는 긴장감은, 단.. 2025. 4. 23.
영화 룸(Room, 2015) “세상의 문을 열다, 룸” 폐쇄된 공간 속에서 펼쳐지는 모자(母子)의 우주은 시작부터 한정된 공간이라는 제약을 기회로 바꾸며 이야기를 밀도 있게 끌고 간다. 이 작은 방은 납치범 '닉'이 조이와 그녀의 아들 잭을 가둔 창고지만, 잭의 눈에는 온전한 세상이다. 생애 처음 보는 TV 속 세상은 판타지일 뿐이며, 방 안의 조명, 옷장, 세면대는 모두 살아있는 존재처럼 묘사된다. 어린 잭은 자신이 사는 세계가 ‘룸’ 전체라고 믿으며 자랐다. 감독 레니 애브럼슨은 이러한 아이의 순수한 시선을 통해 우리가 일상적으로 인식하는 공간의 개념을 다시 묻는다. 단순히 작은 방이라기보다는, 생존과 성장, 교육과 상상의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우주처럼 그려진다. 좁은 세트 안에서 촬영된 영화의 초반부는 극도로 제한된 시공간 안에서도 감정을 팽창시키는 연.. 2025. 4. 22.
영화 바벨(2006) "소통의 벽 너머 인간의 외침” 이냐리투의 파편적 서사 구조바벨은 네 개의 서로 다른 문화권, 언어, 인간들이 겪는 단절의 이야기를 병렬적으로 이어가며, '소통'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고통의 공통분모로 묶어낸다. 이냐리투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언어, 지역, 문화가 다른 사람들이 겪는 고통과 절망이 실은 얼마나 닮아 있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영화는 미국, 모로코, 멕시코, 일본 네 지역을 오가며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의 이야기들을 병렬적으로 배치한다. 처음엔 전혀 무관해 보이는 이 이야기들이, 하나의 사건(총기 발사)으로부터 얽히며 서서히 연결되는 구조는 마치 퍼즐을 맞추는 듯한 몰입을 선사한다. 이러한 파편화된 서사는 고전적인 내러티브의 규칙을 깨뜨리고, 관객 스스로 의미를 조합하도록 유도한다. 감독은 이를 통해 단순히 사건의 .. 2025. 4.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