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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상선언(2022) “하늘 위의 공포, 인간의 선택” 현실적 공포와 감염 패닉의 묘사비상선언은 ‘바이러스 감염’이라는 현대적 공포를 가장 일상적인 공간, 바로 항공기 안이라는 특수한 밀폐공간에 끌어들여 재현해 낸다. 영화는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이 재난이 갑작스럽게 시작되어 확산되는 과정을 차근차근 묘사하며 관객에게 사실적인 위기감을 안긴다. 특히 바이러스를 의도적으로 퍼뜨리는 자에 의해 시작된 참사는 통제 불능 상태로 이어지고, 3만 피트 상공에서 탈출도, 구조도 불가능한 절망적인 상황은 공포를 배가시킨다. 감염에 대한 묘사는 단순히 시각적인 자극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이 두려움에 휩싸여 점점 이기적으로 변해가는 심리의 흐름에 집중한다. 겉보기에 평온했던 승객들 사이에 감염자가 발생하고, 이를 목격한 사람들 사이에서 공포와 불신이 퍼지기 시작한다.. 2025. 4. 15.
영화 낙원의 밤(2021) “죽음의 언저리, 가장 인간다운 밤” 복수와 상실로 엮인 느와르 서사낙원의 밤은 조직 폭력배의 일원이자 한 남동생이자 아들이었던 태구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복수와 상실, 파멸을 다룬 정통 느와르 서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었다. 주인공 태구는 가족을 잃은 후 복수를 결심하며 조직 내의 균열과 추락을 감내하게 된다. 그의 복수는 단순한 폭력의 응징을 넘어서, 인간 존재의 고립과 감정의 소진을 드러낸다. 영화는 서사의 초점을 복수 그 자체보다는, 복수를 향해 나아가는 인물의 심리와 그 과정에서 사라져 가는 인간성에 맞추고 있다. 특히 가족을 잃고도 오직 복수에만 삶의 목적을 두게 되는 태구의 여정은, 감정이 마비된 듯한 침묵과 폭력 속에서 점점 더 파멸로 치닫는다. 제주도로 향한 그의 여정은 일종의 유배 혹은 자기 망각의 공간처럼 보이며,.. 2025. 4. 14.
영화 이오 카피타노(2023), 자유를 향한 항해 "떠나는 자의 꿈, 남겨지는 자의 고통"이오 카피타노는 단순한 이민의 이야기가 아닌, 인간의 꿈과 절망, 그리고 선택에 관한 고통스러운 서사시다. 주인공 세이두는 세네갈 출신의 16세 소년으로, 음악가의 꿈을 품고 친구 무사와 함께 유럽으로 향하는 여정을 시작한다. 이들이 떠나는 이유는 단순히 경제적 기회의 추구가 아니라, 더 넓은 세계에 대한 동경과 자신만의 삶을 설계하려는 의지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그 길은 생각보다 훨씬 더 가혹하고, 잔인했다. 사하라 사막을 건너고, 인신매매 조직과의 접촉, 감금과 폭력, 불확실한 국경을 넘는 긴 여정 속에서 두 사람은 수차례 죽음의 문턱에 서게 된다. 이 영화가 특별한 점은, 그 여정을 전쟁 영화처럼 다루지 않고도 생생한 현실의 공포를 시청자에게 체감하게 만든다는.. 2025. 4. 14.
영화 애프터썬(2022) “기억의 파편, 사랑의 흔적” 아버지와 딸, 그 여름의 초상애프터썬은 한 여름의 태양 아래 펼쳐지는 아버지와 딸의 평범한 휴가를 그리지만, 그 안에는 말로 다 표현되지 않는 진심과 감정, 그리고 시간 속에 희미해지는 기억의 파편들이 촘촘히 박혀 있다. 딸 소피는 성인이 된 현재 시점에서 오래전 아버지와의 여행을 회상하고, 관객은 그녀의 시선을 따라 그때의 캘럼과 소피를 바라보게 된다. 영화는 명확한 플롯보다 감정과 분위기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며, 그들이 나눈 대화 속 여백과 행동 사이에 숨겨진 감정들을 조용히 드러낸다. 아버지 캘럼은 다정하고 유쾌한 동시에, 순간순간 깊은 고독과 정서를 내비치는 인물이다. 그는 자신만의 외로움을 감춘 채 딸과의 시간을 소중히 보내려 하지만, 그 안에는 세상과 자신에 대한 복잡한 감정이 얽혀 있다. 어린.. 2025. 4. 13.
"침묵 속의 외침, 아들의 그림자" 영화 더 썬(2022) 겉으로는 평온한 일상, 그러나 속에서 무너지는 소년더 썬은 현대 사회의 많은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정신적 고통을 직시하며, 그 내면을 섬세하게 조명한 작품이다. 니콜라스는 처음에는 그저 반항적이거나 예민한 사춘기 소년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영화는 그의 행동 이면에 숨어 있는 깊은 우울과 공허를 천천히 드러낸다.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고, 학교를 떠돌고, 부모에게조차 마음을 열지 못하는 니콜라스의 모습은 단순한 ‘문제아’가 아닌, ‘도움을 청할 수 없는 아이’의 초상으로 다가온다. 영화는 그의 고통을 겉으로 드러내기보다, 일상 속 침묵과 공백을 통해 표현한다. 이는 오히려 더 강렬한 감정의 여운을 남긴다. 니콜라스가 머무는 방, 닫힌 문, 식사 자리의 침묵 등은 겉보기에 평범한 순간들이지만, 그 속에 .. 2025. 4. 13.
영화 코다(2021) “소리 없는 사랑, 가장 진한 울림” CODA로서의 루비와 가족의 유대코다(CODA)는 ‘Children of Deaf Adults’의 약자로, 청각장애인 부모를 둔 청인 자녀를 뜻한다. 영화 속 주인공 루비는 CODA로서 가족과 세상을 잇는 가교이자, 두 세계 사이에서 늘 긴장감과 책임감을 안고 살아간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가족의 통역사로 기능하며 사회와 소통하는 통로가 되었고, 이는 단순한 가족애를 넘어서는 삶의 방식이자 루비의 정체성 일부가 되었다. 루비의 가족은 낚시로 생계를 이어가는 노동자 계층이다. 그들에겐 루비의 도움이 절대적이었고, 루비 역시 가족을 진심으로 사랑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는 음악이라는 자신만의 언어와 꿈을 가지고 있었다. 청각장애인 부모와 오빠는 루비의 음악적 재능을 이해하지 못하고, 루비 역시 자신의 목소.. 2025. 4.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