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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그리고 절망의 미학" 영화 세븐(1995)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의 구조영화 세븐은 단순한 연쇄살인 사건을 쫓는 형사물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인간의 죄와 그에 대한 심판,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구조적 파멸을 이야기하는 철학적 스릴러다. 시나리오 작가 앤드류 케빈 워커는 기독교의 7대 죄악! 탐식, 탐욕, 나태, 분노, 교만, 시기, 색욕을 모티프로 삼아, 각각의 죄악에 해당하는 희생자를 등장시킨다. 각 사건은 단순한 범죄 장면을 넘어서 인간 본성의 그림자를 극단적으로 드러내며, 시청자는 그 끔찍한 현실에 눈을 뗄 수 없게 된다. 세븐의 플롯은 전형적인 수사극의 구조를 따르면서도, 마지막 순간에 전복적 결말을 배치함으로써 모든 기대를 무너뜨린다. 특히 결말에서 ‘분노’라는 죄악이 가장 충격적인 방식으로 형상화되며, 이야기는 비극적이면서도 완결된.. 2025. 4. 21.
영화 세일즈맨 “무너진 무대 위의 진실” 1. 죽은 자의 집에서 살아가기아스가르 파르하디 감독은 항상 이란 사회의 현실을 날카롭게 들여다보며, 개인의 일상 안에 숨겨진 불안을 섬세하게 포착해 내는 연출로 알려져 있다. 역시 표면적으로는 한 부부의 사소한 일상처럼 보이지만, 그 배경에는 거대한 사회적 균열과 억압이 놓여 있다. 영화는 테헤란의 아파트 붕괴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는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감독이 이란 사회의 불안정성과 붕괴를 상징적으로 제시하는 시각적 장치다. 마치 연극 무대 위에 세워진 세트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처럼, 안정되어 보였던 삶 역시 예고 없이 뒤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셈이다. 에마드와 라나는 곧 다른 집으로 옮겨야 하고, 그 집은 이전에 성매매 여성이 거주하던 공간이다. 감독은 이 ‘죽은 자의 흔적이 남.. 2025. 4. 20.
“편견을 달리다, 영광을 넘어서” 영화 레이스(2016) 제시 오언스의 실화와 역사적 맥락레이스(Race, 2016)는 단지 스포츠 영웅의 전기를 다룬 영화가 아니다. 이 작품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이라는 정치적 무대를 배경으로, 미국 내 인종차별과 히틀러의 우생학 선전 사이에서 진실을 향해 달렸던 한 청년의 실화를 그린 영화다. 주인공 제시 오언스는 미국 흑인으로서 육상에 출중한 재능을 가졌지만, 인종적 장벽에 가로막힌 시대를 살았다. 영화는 그의 출신과 계급, 피부색이 어떻게 그의 능력을 평가절하했는지를 정면으로 보여주며, ‘달리기’라는 스포츠가 단지 트랙 위의 경쟁이 아닌, 인권과 존엄을 위한 투쟁이었음을 강조한다. 제시 오언스는 오하이오주립대학교에 입학하지만, 인종 차별로 인해 숙소도, 식당도 백인들과 함께할 수 없는 현실에 처한다. 코치 래리 스나.. 2025. 4. 19.
쿨 러닝(1993) “열대의 얼음 질주, 진심이 만든 기적” “자메이카에서 봅슬레이를?” – 기발한 도전의 시작1993년작 쿨 러닝은 언뜻 보면 믿기 힘든 이야기로 시작된다. 열대의 섬나라 자메이카에서 동계올림픽을 목표로 봅슬레이에 도전한 4명의 남자. 그것도 설원이 아닌 더운 기후, 썰매 한 번 타본 적 없는 이들이 만든 믿을 수 없는 실화. 이 영화는 실제로 1988년 캐나다 캘거리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자메이카 봅슬레이 국가대표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실제 역사에서는 광고 대행업자들이 처음 아이디어를 내 자메이카에서 육상 선수를 모집했고, 이들이 처음 썰매에 오르는 순간부터 좌충우돌 훈련을 거쳐 결국 세계적인 스포츠 대회에 참가하기에 이른다. 이들은 경기 중 전복 사고를 겪었지만, 썰매를 들어 직접 결승선을 향해 걸어가는 그 모습은 전 세계에 큰 울.. 2025. 4. 19.
영화 콜드 워(2018) "흑백으로 그린 영혼의 무도" 감정의 밀도, 흑백 프레임에 담긴 찬란한 슬픔콜드 워는 단순한 러브스토리를 넘어선다. 파벨 파블리코프스키 감독은 이 영화에서 색을 제거한 흑백 화면을 통해 감정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흑백은 감정의 온도를 냉각시키는 듯 보이지만, 오히려 그 안에서 빛과 어둠, 거리와 밀접, 움직임과 정지의 대비가 훨씬 강렬하게 살아난다. 이는 시청각적 정제 위에 쌓아 올린, 말로는 다 담기 어려운 감정의 질감이다. 감독은 과거 영화 이다에서 이미 흑백을 통해 내면의 침묵과 고통을 그려낸 바 있다. 콜드 워에서는 이러한 미학을 한층 더 밀도 있게 확장한다. 화면비는 전통적인 4:3 비율로, 마치 오래된 사진 속에 갇힌 인물들처럼 주인공들을 프레임 안에 고립시키며, 감정의 출구를 좁혀버린다. 이는 단지 미적 선택이 아니.. 2025. 4. 18.
"예술의 경계, 도덕의 아이러니" 영화 더 스퀘어(2017) ‘더 스퀘어’의 공간, 윤리와 책임이 시험받는 무대더 스퀘어는 단지 영화 제목일 뿐만 아니라, 극 중 설치 미술 작품의 이름이기도 하다. “더 스퀘어”는 한 박물관 앞 광장에 설치된 정사각형의 공간으로, 그 안에 들어오는 사람은 모두 평등하게 대우받고, 타인을 돕는 것이 당연하다는 가상의 규칙이 붙는다. 얼핏 보면 단순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공공 예술로 보이지만,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은 이 설치 미술을 통해 인간의 윤리적 선택과 사회적 위선을 날카롭게 드러낸다. 이 사각형의 공간은 인간의 도덕성을 실험하는 무대다. 누군가 이 공간에 들어와 도움을 요청할 때, 우리는 정말 손을 내밀 수 있을까? 영화는 이 단순한 질문을 반복적으로 던진다. 등장인물들은 종종 누군가의 고통 앞에서 망설이거나, 아예 외면한다.. 2025. 4. 18.